머릿속에 떠오른 엉뚱한 상상이나 잠들어있던 오감을 깨워주는 예술적 풍경, 혹은 문득 그리워하게 되는 과거의 추억들처럼,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손’이라는 도구를 통해 시각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면 얼마나 황홀한 일일까요? 따뜻한 느낌의 빈티지한 일러스트부터, 미래적으로 느껴지는 그래픽 디자인까지. 자신만의 풍부한 감성을 또다시 자신만의 유니크한 스타일을 통해 그려내는 그래픽 아티스트, 신혜경 작가를 루이까또즈가 만나보았습니다.


■ 손 끝으로 피워내는 다채로운 상상의 세계
 


그림 그리는 일을 사랑하는 천상 그림쟁이인 신혜경 디자이너. 무엇보다 ‘자신만의 색깔’이 녹아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던 그녀의 바램은, 그녀만의 독특한 감각과 만나 오직 ‘신혜경의 손’으로만 탄생시킬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냈습니다. 삽화처럼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일러스트 작업들을 거쳐, 요즘은 보다 차분하고 미니멀한 작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 눈에 돋보이는 팝(Pop)적이고 경쾌한 그녀의 작품들은, 사실은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인 신혜경 작가와 반전되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위치에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작품의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자신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interview>


Q. 시각 디자인 학부를 졸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웹 디자인, 편집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등 디자인 분야가 상당히 광범위 한데, 대학 시절 시각 디자인 안에서도 특별히 흥미로운 분야가 있으셨는지, 작가님의 디자인 히스토리를 짧게 들려주실 수 있나요?

- 처음에는 캐릭터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학부 1학년 때까지는 관련 공모전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캐릭터 디자인은 작가의 성향이나 이야기를 많이 나타내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림을 계속 그리고는 싶은데, 캐릭터 디자인 같은 경우는 제한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일러스트레이터 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Q. ‘그래픽 아티스트’라는 타이틀로 작가님의 커리어가 표현 되던데, 그간 해오신 작품들을 살펴보면 손맛이 느껴지는 빈티지한 일러스트부터, 미니멀한 그래픽 디자인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한 것 같습니다. 요즘 진행하고 계신 디자인 작업들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 지금은 미니멀한 그래픽 작업이 좀 많은 편입니다. 지금까지는 밝고 경쾌한 컬러와 내용의 작업물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약간 어둡거나 차분한 느낌의 작업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저 역시 늘 희망적이거나 기분 좋을 수는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라는 부분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있구요.


Q. ‘TAP, TAP, TAP - OPEN YOUR MIND’이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품 등 작가님의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면, 타이포를 활용한 그래픽 디자인이 유독 눈에 띄는데요. 타이포를 주로 사용하시게 된 까닭이 있을까요? 그리고 타이포 그래피가 가지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대학교 시절, 회화과가 아닌 시각 디자인과를 전공하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수업보다는 ‘타입(Type)’에 대해 다루는 수업이 많았어요. 일러스트레이션 수업이 1개 라고 한다면, 타입을 다루는 수업은 3~4개 였고, 전공자체도 그렇게 분포되어 있었거든요. 사실 그림 그리는 것은 원래 좋아했었고 그림 그리는 직업 역시 계속 하고 싶었는데, 외국작가들이 타이포로 멋있는 작업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다방면으로 많이 보다 보니, 그러한 작업들이 매력 있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림 속에 타이포를 같이 녹여내서 작업 하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졸업할 때쯤에는 생각했던 것들이 정리가 돼서, 구체적인 작업물들로 나오게 되었죠.


Q. ‘신혜경’이라는 이름에 앞서, 작가님의 ‘작품’을 먼저 만나보게 될 대중들에게, 작가님의 작품들이 어떤 이미지로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 저는 사실 액세서리와 같은 아이템들도 튀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아요. 성격도 많이 차분한 스타일이라, 눈에 띄게 행동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잘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저의 드로잉 작업 같은 경우는 저와 반대의 이미지인 작업물들이 많아요. 어떻게 보면 저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상심리가 그림으로 나오는 걸 수도 있구요. 저의 그림을 보고, 제가 굉장히 밝고 경쾌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 약간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한번은 제 그림만 보았던 분과 미팅할 일이 생겼는데, 제가 핑크색 머리에 녹색 스타킹, 빨간 치마 같은 차림을 하고 나올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간혹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서, 제 사진 필요하다고 하면 사진 대신 제 작품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어떤 색깔로 보여지는 사람이기보다는, 그냥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보여졌으면 하기 때문이죠.


Q. 미국의 70년대 광고, 장 피에르 주네의 영화, 핀업걸과 장난감 등 많은 것에서 영감을 얻으신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최근에 작가님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요즘에는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라는 작가에 관심이 많아요. 그 작가의 화풍을 보면, 색채는 밝은데 햇살이 비치는 부분과 그림자가 진 부분이 극명하게 나뉘는 특징이 있어요. 그 작품을 보면 한편으론 건조하고 공허해 보이는 느낌이 있는데, 요즘에는 그런 그림들을 보면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어요. 기존의 제 포트폴리오에는 그런 느낌을 담은 작업물들이 별로 없거든요. 에드워드 호퍼와 같은, 그런 어두운 면에도 다가갈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Q. 루이까또즈의 제품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구상해보신다면, 어떤 스타일로 그려질까요?

- 루이까또즈 가방이나 지갑과 같은 ‘아웃 쉐이프(외곽선)’를 이용해 재미있게 구성하는 것도 좋아해요. 관련 제품의 틀 안에서 여러 타이포나 요소 같은 것들을 녹여내고 싶어요. 그런 작품 속 요소가 루이까또즈 브랜드 로고와 어우러져, 새로운 패턴이나 프린트로도 사용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어떤 일러스트레이터는, 자신의 작품이 대중과 사회에 끼칠 영향력에 책임감을 느끼며 작업한다고도 하는데요. 오랫동안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작업해오시면서, 일관되게 마음에 품어온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나 생각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 저는 제가 대중한테 그림을 보여주었을 때 의도했던 메시지라던지, ‘이렇게 해석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방향성을 보는 사람이 최대한으로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다른 작가들의 그림이나 디자인 작업물들을 보면, 간혹 그 중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열려있는 작품들이 있는데요. 그것도 하나의 스타일일 수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제가 생각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한마디로, 작품 속에 의도한 메시지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저의 작업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녀만의 스타일로 탄생한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신혜경 작가의 디자이너 커리어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점은, 바로 많은 브랜드들과 함께한 콜라보레이션 작업들이 두드러진다는 점일 것입니다. 아마 어딘가에서 한번쯤 보았을 듯한 그녀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은, 명확한 메시지와 눈길을 끄는 스타일로 많은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아왔는데요. 하지만 무엇보다 아끼는 작품은 그녀 스스로 영감을 받아 그린 작업물인만큼, 신혜경 작가는 지금도 자신만의 감성과 느낌을 담아낸 자신만의 작업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혜경 작가는 ‘아트 트럼프 카드 제작’이라는 미션과 함께 진행되는 이번 루이지엔 4기 활동의 멘토가 되어줄 예정인데요. 루이지엔 4기와 함께하며, 젊은 친구들의 열정과 노력에 새로운 감회를 느끼기도 했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사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모든 시각적 풍경들과 나만의 감성이, 후에 남다른 디자인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되는 만큼 디자이너들에게는 무엇보다 다양하고 많은 경험들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interview>


Q. 패션 브랜드, 통신사, 음료 브랜드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굵직한 기업들과 브랜드 그리고 매거진과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오셨는데요. 그 출발점이 된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 ‘톰보이’라는 패션 브랜드에서 제가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던 작업물을 구입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게 시작이었어요. 그 쪽에서 원했던 작품은 바로 ‘TAP, TAP, TAP’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던 저의 작업 중에, 남자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그림이었는데요. 그 옆에 여자를 한 명 더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추가로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Q. 지금까지 해오신 다양한 프로젝트와 작품들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 가는 작품, 혹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함께 공유해주세요.

- 개인적으로는 ‘TAP, TAP, TAP’이라는 작품에 가장 애착이 가요. 이 작품 이후로는 사실 계속 일로서 작품을 그려왔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작업이 거의 없었거든요. 하지만 ‘TAP, TAP, TAP’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작업한 작품이에요. 이 작업물을 보면 뭔가 짠하기도 하고, 즐거운 기분도 든답니다.


Q. 클라이언트들과 작업을 진행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으셨을 텐데, 작가님의 작품 스타일과 상충되었다거나,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 겪으셨던 고충은 없으셨나요?

타입이 섞여서 들어가는 작업물들을 보통 ‘디지털 작업’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디지털로 하는 작업은 사실 후보정 작업밖에 없어요. 컬러 변환 작업 외에는 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죠. 우선 글자들이 자기들끼리 오밀조밀하게 모여서 하나의 이미지가 되려면, 전달하고자 하는 큰 메시지가 들어가고, 그 메시지를 기반으로 주변에 여러 요소들을 확장하며 즉흥적으로 만들어가게 되는거거든요. 그런데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할 때에는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 미리 보고를 해야 되는데, 저의 작품들이 스케치가 따로 없고 만들어가는 그림이다 보니, 처음부터 어떻게 결과물이 나올지 예측해서 전달해야 하는 점이 힘들었어요. 작업을 두 번씩 해야 하는 번거로운 부분이 있었죠.


Q. 혹시 ‘루이까또즈’와 신혜경 작가님이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면 만들어보고 싶은 작품이 있으신지, 불현듯 떠오르는 재밌는 상상을 짧게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 우선 루이까또즈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 한다면, ‘루이까또즈’라는 브랜드에 관련된 자료를 살펴보고 키워드를 뽑아내야 하는 것이 우선적인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지금 문득 떠오르는 느낌은, 고급스럽고 고풍스러운 이미지인데요. 텍스트에 서체나 문양 같은 것들을 섞어서 표현해봐도 예쁠 것 같아요.


Q. 루이지엔 4기의 ‘크리에이티브 트럼프’ 제작에도 도움을 주실 예정이신데요. L팀과 Q팀의 첫 기획안을 받아보셨을 때 어떠셨나요?

- 우선 감회가 새로웠어요. 대학생인 루이지엔 4기 친구들의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니 좋았구요! ‘트럼프 카드제작’이라는 작은 프로젝트이지만, 친구들이 재미있어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까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더라구요. 조금 부럽기도 했구요.


Q. 루이지엔 4기 멤버들을 포함해, 앞으로 디자인에 꿈을 가지고 있는 청춘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 지금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해서, 엄청난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해요. 그리고 꼭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그 외에 다양한 활동들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이것저것 표현하고 싶은 게 많아지려면, 그런 활동들을 통해 축적이 되어야 하거든요. 정말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나중에 전부 디자인 소스가 되니까요. 루이지엔 4기활동 역시, 나중에 그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남겨줄 활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즐기면서 하는 것도 꼭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 신혜경의 스타일 & 가방 속 아이템
 

 

심플한 스타일링을 선호하는 것과는 달리, 신혜경 작가의 소지품에서는 보다 개성 있는 디자인의 물건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컬러감이 살아있는 솔리드 블루 컬러의 루이까또즈 카드 지갑과 오렌지 컬러의 Panton 명함케이스, 귀여운 초콜릿 모양의 휴대용 거울과 그 외 아기자기한 소품들 틈에서 그녀의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경쾌함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문화인 인터뷰에서 신혜경 작가는, 특별히 루이까또즈(Louis Quatorze)의 알파벳을 활용한 타이포 그래피를 선보여주었는데요. 마치 그녀가 잡은 연필 끝이 마법을 부린 듯, 루이까또즈를 위한 멋진 타이포 그래피가 완성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녀만의 감각으로 탄생시켜온 다양한 작품들처럼, 앞으로도 어디서든 신혜경 작가가 그려낸 작품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유니크한 작업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기를, 루이까또즈도 기대하겠습니다.